지지선언

나는 이제 말한다. 나는 노무현 지지자였고 한번도 지지를 철회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어야 했다 푸념하지 않았다. 이걸 밝히는 이유는 그의 임기가 끝난 지금, 내가 지지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려는 이유이다. 노무현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다면 살기가 힘들어 졌다면 지지자로써 비난을 달게 받을 것이고 언젠가 그가 훌륭한 평가를 받는다면 나는 늘 그를 믿었다고 자랑할 것이다. 이것은 나의 증거이다. 나의 정치적 신념에 대한 증거이다. 비록 지금은 불리해 보이는 이 증거가 언젠가는 내가 옳았다는 증거가 되길 바란다. 나는 노무현 지지자였고 여전히 노무현 지지자이다.

코끼리와 나

“소란 녀석은 말이지.. 송아지때 자기보다 큰 나무에 묶어놓으면 처음엔 이리 저리 힘을 써보지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포기하게 되. 황소가 되어서는 이미 말뚝을 뽑을 수 있음에도 지레 포기해 버리지.”

오달수가 주연한 연극 코끼리와 나의 1부 끝에 나오는 말이다. 처음엔 코끼리 흑산이도 코뚜레를 한 끈을 부여잡고 있는 쌍달이의 힘과 오기에 묶여있었다. ‘나 쌍달이가 네 말뚝이다’라고 외치는 쌍달의 말처럼. 하지만 이미 코뚜레를 풀어주었음에도 흑산의 말뚝은 여전히 쌍달이다. 제주도에서 도망치려던 쌍달을 붙잡는 것도 흑산이라는 말뚝이다. 보이는 끈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그들에겐 사랑이라는 끈이 서로를 말뚝으로 만들고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말뚝이다. 사랑은 결코 사람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복이가 제주도를 떠나지 못한 것도 사랑 때문이고 옥화가 부모님의 원수를 갚지 않고 죽게 된 것도 사랑 때문이다. 사랑이란 건 질투가 많아 결코 모든 것을 가지게 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끔 한다.
그토록 사람들을 얽매이게 하지만 다들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하게 되는 건 쌍달이 흑산에게 한 말과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너랑 있으면 난 꼭 임금님이 된것만 같아…”

정치와 원카드

정치공학이란 말이 있다
공학도로서 공학이란 말이 갖는 매력만큼이나 차갑고 매정한 느낌에 반감도 주는 단어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치는 착하고 선량하기보단 다분히 위선적이고 계산적이다
나의 장점을 내세우는 포지티브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네거티브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터뜨리지 못한다면 이른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내 손에 들고 있는 패와 상대의 패 그리고 흐름에 좌우되는 판세, 언제 어떤 카드를 써야 할 것인가
문득 정치가 아니 이번 대선이 원카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후보는 이마에 조커를 붙이고 있다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을 만큼 누구나 이명박 후보가 조커를 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과연 상대 후보는 스페이드 에이스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명박 후보는 이마에 붙이고 있는 조커 말고도 손에 한장의 조커를 더 들고 있는 것일까
이번 대선이 2002년만큼이나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열역학 제2법칙

내게 종이쪼가리 한장을 쥐어주려 애를 쓴다.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고 바쁜 걸음을 내걸어도 그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얼굴에 비굴한 기색을 띄고 도와달라 사정한다. 처음엔 그래도 얼굴이라도 마주보고 주는데로 받기도 했지만 하루 이틀 지날수록 그러기도 피곤하다. 나름 건방져진 나의 태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허리를 숙이며 여전하다.
나의 미열이나마 받으려는 것이겠지. 데워지지 않은 그는 나의 미열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미열을 모아 가장 뜨거워지게 되면 그렇게 5월이 지나면 그 몸은 4년 동안 식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상황은 변할것이다. 그는 나의 애원에도 눈길주지 않을 것이고 한없이 거만한 태도로 날 내려다 볼 테지. 열은 항상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는 것이니까.

그렇게

Your Drafts엔 깔짝거리다 만 글들이 쌓여가고..
쓰려고 생각했는데 손도 안댄 글들은 머리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그러면서도 왠지 막상 쓰고 싶은 생각은 안들고..
감기는 이상하게도 낫지를 않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워드프레스 새버전이 나와서 업그레이드 하고..

그렇게 27번째 생일을 맞았다

하림_난치병 by 깐미씨

어떤 화학자가 말했답니다.
이 세상 모든 화합물은,
인체에 유해한 것과 인체에 유해하다고 밝혀질 것으로 나뉜다고.

마찬가지, 나에게 세상 모든 사람 사물은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릴 것으로 나뉜답니다.
그래서 내 것 중에는 내 것인 것이 하나도 없어요.

잃어버린 물건들만 모여서 사는 마을이 있다고 하지요.
거기서는 내 물건들이 대장이 되어 큰소리를 쳤으면 좋겠어요.
내 지갑과, 내 핸드폰과, 내 머리핀과,
어린 시절 새로 깎은 내 연필과, 놀이터에 두고 온 내 인형과,
차에 놓고 내린 내 우산과, 뛰다가 사라져버린 내 귀걸이 한쪽과,
그리고, 당신.

그 마을에서, 당신이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마음대로 부리며
부족함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내 가진 것이 줄어들 수록
당신은 점점 더 ‘내’ 기억속에서 풍요로와 지는군요.
그래요. 그래서 나는 잃어버린 그것들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출처 : 깐미씨 미니홈피
BGM : 하림의 난치병을 들으세요..직접..

허생전 (2002)

허생은 1기동대에 살았다. 곧장 남산(南山) 밑에 닿으면, 우물 위에 오래 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은행나무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였는데, 두어 칸 초가는 화염병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생은 글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졸병들이 대모 진압해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이경 하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복학을 하지 않으니, 글을 읽어 무엇 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대기도 안 풀린 놈이 수경한테 미쳤구나. 나는 아직 독서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과외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내가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체질인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교재 외판원은 못 하시나요?”
“짬밥이 있지 외판원 같은 걸 어떻게 하겠소?”
이경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쏘?’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과외 일도 못 한다, 외판원도 못 한다면, 사물함 털이라도 못 하시나요?”
허생은 읽던 박인규 저 디지탈 회로 설계 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글읽기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허생은 홍대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과방으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홍대에서 제일 부자요?”
이사장을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이사장의 집을 찾아갔다. 허생은 이사장을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장학금 좀 주시기 바랍니다.”
이사장은 “그러시오.” 하고 당장 만 냥을 내주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이사장 집의 자제와 따까리 교수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포돌이 오바로크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전투화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쭈그러진 전투모에 허름한 진압복을 걸치고,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다.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학생 지난 학기에 학고 아닌가요?”
“맞어”
“아니, 지난 학기에 학고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변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장학금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집이 졸라 가난한척 구라치고, 학점 높으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재수생이고 특차 미달 합격생이며 눈을 졸라 느끼하게 뜨며, 더블빽에 짱박아논 구두가 구찌인걸 보아, 인간 명품 그 자체라 할수 있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장학금을 주는 바에 지난학기 성적은 물어 무엇하겠느냐?”
허생은 장학금을 입수하자, 부대에 신고도 하지 않고 바로 P동으로 올라갔다. P동은 양현석,박인규,송낙운 교수등과 마주치는 곳이요, 전자전기공학부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전기회로 솔루션, 응용수학 솔루션, 디지탈 솔루션 등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솔루션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학생이 숙제를 못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솔루션을 팔았던 학생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루션이 없으면 숙제를 못 할 판이니, 우리 학교의 수준을 알 만하구나.”
허생은 늙은 복학생을 만나 말을 물었다.
“학교 안에 혹시 공부하기 좋은 곳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술먹고 잘못 들어가 어느곳에 닿았습지요. 아마 Q동과 와우관의 중간쯤 될 겁니다. 에어콘 빠방하고 의자도 새걸로 갈아서 학습의지가 불끈 불끈 솟는 곳이지요.”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내가 남문관 한번 쏘겠네.”
라고 말하니, 복학생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계단을 올라 도서관에 이르렀다. 허생은 열람실에 들어가서 사방을 들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좌석수가 이거밖에 안되니 시험때 공부하고 싶어도 할수가 있겠는가? 사람이 적어 조용하니 단지 낮잠은 잘 수 있겠구나.”
“텅 빈 도서관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공부한단 말씀이오?”
복학생의 말이었다.
“밥을 사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밥살 돈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당구장에 수명의 새벽인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학회에서 선수들을 징발하여 물리기판을 벌였으나 좀처럼 물리지 않았고, 학생들도 감히 담화수를 올리지 못 해서 쓰리꾸만 졸라게 빼는 판이었다. 허생이 당구장에 찾아가서 우두머리 윤필선군을 달래었다.
“열 명이 겐뻬이를 쳐서 열시간이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일 인당 한 냥이지요.”
“모두 여자친구가 있소?”
“없소.”
“교재는 있소?”
새벽인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교재가 있고 여자친구가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수업을 짼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여자친구를 얻고, 교재를 사서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는가? 그럼 쓰레기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여관에는 빠구리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출석체크 할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이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교재 살 돈을 물리기로 다 날려 못할 뿐이지요.”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당구를 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 할 수 있소. 내일 학관 앞에 나와 보오. 짱께들이 타고 있는 것이 모두 돈을 실은 씨티100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허생이 새벽인들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새벽인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튼날, 새벽인들이 학관 앞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허생이 돈을 갇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허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수경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맛세이도 못 찍으면서 무슨 당구를 치겠는가? 인제 너희들이 공부한다고 집에다 말해도, 성적표에 학고가 찍혔으니, 부모님이 믿으실 리가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백 냥씩 가지고 가서 여자 하나, 교재를 거느리고 오너라.”
허생의 말에 새벽인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허생은 몸소 오십 명이 1 년 동안 쓸 레포트 용지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새벽인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중앙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허생이 새벽인들을 몽땅 쓸어 가서 학교 앞에 당구장이 줄줄이 망했다.
그들은 적분인자를 양변에 곱해서 완전미분방정식으로 변환한 후에 적분을 해서 해를 구하였다. 원래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하는 녀석들이라 진도가 잘 나가서, 한 학기나 세 학기만큼 휴학하고 공부하지 않아도 한 성적표에 에이뿔이 아홉 과목이 달렸다. 졸업 학점을 비축해 두고, 남는 시간에 알바를 해서 은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허생이 탄식하면서,
“인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새벽인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도서관에 들어올 때엔 먼저 학점을 따게 한 연후에 따로 세미나도 하려고 하였더니라. 그런데 도서관이 좁고 시간이 없으니, 나는 인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후배들을 받거들랑 오른손에 참이슬을 쥐고, 하루라도 먼저 난 사람이 먼저 마시도록 양보케하여라.”
다른 문들은 모조리 잠그면서,
“오후 10시 이후엔 중앙 계단을 이용하렷다.”
하고 돈 오십만 냥을 호수 가운데 던지며,
“호수가 마르면 주어 갈 사람이 있겠지. 백만 냥은 우리 학교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도서관에서랴!”
했다.그리고 담화수 200이상 되는 자들을 골라 내려보내면서,”이 도서관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했다.
허생은 학교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은이 십만 냥이 남았다.
“이건 이사장에게 갚을 것이다.”
허생이 가서 이사장을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이사장은 놀라 말했다.
“그대의 성적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또 학고 맞았소?”
허생이 웃으며,
“학점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학점이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십만 냥을 변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갈굼을 견디지 못하고 글읽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장학금을 받았던 것이 부끄럽소.”
이사장은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허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신용카드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이사장은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허생이 남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파출소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오락실에서 버쳐 테니스하는 것을 보고 변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막사가 어느 부대요?”
“1기동대 입지요. 의경 형편에 글공부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탈영을 해서 5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중대장이 의경 데리구 사는데, 부대를 나간 날로 국지도발이 걸렸지요.”
이사장을 비로소 그의 성이 허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튼날, 이사장은 돈을 모두 가지고 그 부대를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허생은 받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백만 냥을 버리고 십만 냥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부식이나 추진해 주고 소개팅이나 자주 시켜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변씨가 허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씨는 그 때부터 허
생의 부대에 부식이나 여자친구 면회가 뜸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양다리를 걸치란 말이오?”
하였고, 혹 양주를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이사장이 5 년 동안에 어떻게 백만 냥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허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홍대라는 학교는 학교 앞이 유흥가라 놀기 좋고, 학생들은 공부에 관심없이 놀기만 좋아하니 숙제할 시간이 있겠소. 남이 해온 숙제를 배끼니, 이것은 보통 숙제를 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학생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솔루션을 가지면 족히 한 학기 숙제를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에, 솔루션을 독점하면 모든 학생들이 숙제를 못하는 것이매, 이는 학생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교수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학고가 속출할 것이오.”
“처음에 내가 장학금을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허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홍대만이 내게 꼭 장학금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내가 의대 갈라구 재수했지 홍대에 떨어져서 재수한 것은 아니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서울대 의대를 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내가 들어간 학교는 복 있는 학교라, 반드시 더욱더 큰 학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장학금을 받은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이사장이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교수들이 신촌에서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에게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고자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학생이 성적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김석호 같은 분은 능히 장학금에 학비로 유학 갈 만한 인물이었건만 투고맞고 군대 갔다 1학년 2학기 재수강 하고 있고, 배정인 같은 분은 학관에서 밥을 조달할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다른 공부 하고 있고, 보라 같은 분은 일본 유학가서 일본 여고생 소개 시켜줄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저 호프집에서 알바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송파구에서 짱도 먹었지만 체육 수업을 수강하지 않은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이사장은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이사장은 본래 박XX 교수와 잘 아는 사이였다. 박XX가 당시 전자전기공학부 교수가 되어서 이사장에게 조교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이사장이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박교수는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이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은 그분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니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이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박 교수는 조교들도 다 물리치고 이사장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이사장은 박 교수를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허생을 보고 박 교수가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발렌타인 17년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이사장은 박 교수를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박 교수가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박 교수는 몸둘 곳을 몰라하며 학교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너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직책이냐?”
“교수요.”
“그렇다면 너는 학교의 신임받는 교수로군. 내가 와룡 선생(臥龍先生)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총장께 아뢰어서 바로 교수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박 교수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박 교수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TTL IC 5개를 가지고 펜티엄 4를 능가하는 성능을 만들 수 있겠느냐?”
박 교수는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공부를 하려면 학교 시설이 바쳐 주어야 하느니라. P동 전 강의실에 에어콘을 설치하고 도서관의 좌석 수를 늘리고 전액 장학금을 확대하며 엘레베이터를 지금의 세배로 늘릴 수 있겠느냐?”
“땅 사느라 돈이 없는데 그럴 돈이 어디 있습니까?”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등록금을 받아서 어디다 쓴단 말이냐? 교수 연구 수준은 비리비리하고 학교 시설에 투자도 안하고 자칭 명문대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300만원이나 받아서 그런 것도 안 해주면서 딴에 대학교라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교수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교수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오실로스코프로 전압의 위상를 알아봐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오실로스코프를 찾아서 연결하려 했다. 박 교수는 놀라서 이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튼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허생은 제대하고 복학해서 석호와 1학년 2학기 재수강을 하고 있었다.

* 참고로 위 글은 내친구 허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암 (2002)

신문을 보다가 ‘인간은 우주 생태계를 파괴하는 암세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다’
라는 문장을 보고 불현듯 소설 하나가 떠올랐다
아주 스펙타클한 SF물이지만 분명히 내가 쓰려고 맘먹었던 수많은 소설들처럼
구상만 하고 안 쓸게 뻔하기 때문에 그냥 여기다 줄거리만 써야겠다
서기 존나 오래된 년에 인류는 우주 곳곳에 진출한다
그 유명한 안드로메다도 진출하고 어쨌든 과학적으로 열라 발전해서
우주선 갯수도 코털수만큼으나 많아진다
어쨌든 그렇게 지 좆대루 살구있는데 어느날 외계인이 쳐들어온다
선전포고도 안하구 말걸어두 쌩까구 무조건 인류를 공격해서 파괴하기만 한다
외계인은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고 왜 오는지도 모르지만 공주님을 납치하지도
지구인들 삥 뜯지도 않고 그냥 다 부수기만 하는 것이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여자친구 여주인공을 비롯한 인류는 싸워보지만 역부족이다
마징가Z도 부숴지고 건담 로보트태권브이 고바리안 메칸더V도 다 부숴진다
외계인은 인류가 멸망될때까지 계속 공격한다
그리고 나중에 주인공은 깨닫는다…우주는 하나의 생명체였고 인류는 일종의 암세포같은 존재였는데
처음에는 별거 아니었다가 커가면서 점점 우주에 쓰레기버리고 점점 파괴를 일삼아 우주가 좀
아파서 맞은 주사가 외계인 이었다는 거다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뛰어넘는 구성이지만
이 소설이 소설화 될 수 없는 치명적 약점은 바로 이거다
도데체 누가 그걸 설명해 주냔 말이다…
그걸 설명안해주면 그냥 흔하디 흔한 3류 SF일수밖에 없는데…
그걸 외계인이 설명해 주면 이런게 된다
암치료약:”야 너네가 다 죽어가서 하는 이야긴데 실은 너네 암세포야…”
암세포:”뭐 우리가 암세포라고…흑흑 그래 우린 암적인 존재였어…우린 죽어야해”
이런 빌어먹을 상황이다…암치료약에 누가 암세포 죽이는 약이라고 암세포가 읽을 수 있는 글씨로
적어주냔 말이다…
그렇다고 인류 스스로 깨달았다면 이런게 된다
암세포1:”야 저것들은 왜 우릴 죽이고 지랄이야”
암세포2:”그건 혹시 우리가 암세포이기 때문이 아닐까…”
암세포1:”뭐 우리가 암세포라고…흑흑 그래 우린 암적인 존재였어…우린 죽어야해”
정말 –;라구 할수 있다…
어쨌든 지구인 암세포론으로 그동안의 각종 외계인 문제를 풀어갈수 있을거 같다
‘에이리언’을 비롯해서 각종 이유없이 공격하는 막가파식 외계인들에게 명분을 줄수 있을 거다
끝으로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번도 못본 내친구 ‘김우주’가 암에 안 걸리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최종변기 그놈 (2002)

내가 최종변기 그놈을 처음 만난건 고등학교때였다
그때 나는 TM이란 써클활동을 하고 있었다
회색빛 하늘이 건물벽에 새겨놓는 을씨년스러운 그림자가
날 더욱 지치게 만들던 그런 날들 중 하루였다
무슨 일인가로 TM동기들은 ‘사자’네 집에 모이게 되었다
왜 모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짝사랑하던 아이까지 TM동기들이 모두 모였다
회의는 아주 회의적으로 끝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자’네 집은 너구리나 달팽이네 집과는 달리 그의 부모님의 부를 보여주는
여러가지 인테리어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나는 쫄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라면 국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 있어서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긴장되는 느낌…
그 긴장감은 팽팽하게 날 잡아당기고 혈관에는 부자연스러운 흐름을 일으키는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었다
그것들은 결국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그곳은 베일데로 베여서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가슴도
터질듯한 청춘의 번뇌로 차갑게 식어버린 머리도 아니었다
물풍선처럼 부풀어버린 방광이었다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 런… 데…

그곳에는 ‘그놈’이 있었다
최종변기 그놈이었다…
맘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몸서리치도록 일어났다
난 침착해지려 노력했지만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은 쉽사리 날 놓아주지 않았다
난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순 없었다
이대로 도망치면 나의 그녀가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라고 말하면 너같으면 믿겠냐?
왜냐면 이미 터질듣한 심장 아니 방광이 내 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난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저놈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뭔가가 필요한데…
그렇다 그건 바로 ‘섹시 코만도’다
난 ‘엘리제의 우울’을 시도했다
그렇게 지퍼를 내리고 …을 꺼내어 ‘태풍이 지나간 자리의 마사루의 웃음소리와 같은 폭포’를
시도했다
성공이다…
이제 물만 내리면 된다
난 승리의 미소를 띄우며 스위치를 당겼다…
이럴수가…
난 내가 이긴줄 알고 방심하고 있어던 것이다
그놈은 내 옷으로 거친 물줄기를 뿌리며 반격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선 날 비웃듯 뜨거운 바람마저 불어댔다
역시 그놈은 보통놈이 아니었다
최종변기 그놈이었던 것이다
그놈은 이나중 탁구부가 드래곤볼을 얻은 듯한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나의 완패였다
그일로부터 몇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그날은 기억속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지울수 없는 생채기로 남아있다
다시 만난다면 꼭 이기고 싶지만 난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녀석은 처음 본 상대가 이기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놈이다
최종변기 그놈…식별명 ‘비데’…

타버린 냄비에 대한 단상 (2002)

아 집에 오자마자 배고파서 끓이던 라면물…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난걸까…
나가보니 냄비가 빨간색으로 변신을 했다
그동안 숨겨오던 본색이 이제야 드러났다
그녀석은 빨갱이 일명 공산당이었던 것이다
날 속이고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척 했던것이다
좆됐다 국정원에서 이 사실을 알면 난 비밀안가로 끌려가 각종 고문을 당할것이다
하긴 그전에 엄마가 까맣게 타버린 냄비를 보면…
난 그동안 배고픔을 없애기 위해 공산당의 지원을 받았던 것이다
어떤놈이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고 했다는데
난 배고픈 부르조아(근데 배고픈 부르조아도 있나?)가 되지않고 대남적화공작에 넘어가서
배부른 빨갱이가 되었던 것이다
빨갱이로 변해버린 냄비를 113에 신고해야되는건지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자유대한민국의 시민이 되도록 설득해야 하는건지 고민하다가
결국 물고문을 하기로 했다…왜냐면 빨갱이는 정말 나쁜놈이구 다 때려잡아야 한다고
어렸을때 배웠으니깐…
수도꼭지를 틀고 물고문을 하는순간 냄비는 칙~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의 소중한 친구였고 배고플땐 항상 날 위로해줬던 추억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공산당 때려잡는데 그런 감상은 필요없다…정말 악의 축이니깐
그녀석 물고문 10초만에 까맣게 변해버렸다
이녀석 지독한 놈이다… 숨겨놓은 독약을 마시고 자살해 버린 것이다
그러니깐 검은 사체로 변한거지…
흥 전에는 하얀 모습으로 날 유혹하더니만 까맣게 변한 걸 보니 흑백논리자이기도 하구만
하긴 반공북진극우애국민주주의자 아니면 다 공산당이라고 배웠던 적도 있었으니…
그놈의 시체를 싱크대에 쳐박아 버리고 새로 한 놈을 꺼내서 끓이기 시작했다
혹시 이놈도 공산주의자 아냐…제길 배고파 죽겠는데…어쩌지…
음 과학시간에 배운데로라면 물은 100도씨에 끓기시작하고 그때부터 상태변화해서 수증기로
변하고 물이 결국 모두 수증기로 변하면 냄비의 온도도 100씨이상으로 계속 올라가고
그럼 결국 빨갛게 변할텐데…
이런 그렇다면 죽은 그놈도 결국 극한적인 상황에 몰려 빨갱이가 되었던 거구나
나의 소중한 친구로 나에게 주었던 라면물은 거짓이 아니었구나…
그녀석이 빨갱이가 된 건 상황이 그랬을뿐이지 그녀석의 성품관 상관없는건데…
까맣게 타버린건 독약때문도 흑백논리자이기 때문도 아니라 비정한 세상과
야속한 나때문에 타버린 마음이었구나…

.
.
.

아싸 라면 다 익었다…그나저나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할텐데…